"오늘은 왜 부른거야?"
"......일단 한 잔 하지."
오후 11시, 그가 도착했다.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니겠지만]
2015 01 02
"안주 뭘로 할래?"
"적당히 시키게, 이번에는 내가 살테니"
"뭐 사양은 안하지."
그와 대화하는 건 편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를 물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이 좋았던 것 같은데, 가끔 던지는 왜? 같은 질문에도 구질구질한 감정은 묻어나오지 않는다. 순수한 의문, 순수한 말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사이타마.
자네.
"불러놓고 자꾸 다른 생각하는 거 예의 없는데."
"그러게 말일세."
말을 아주 잘 한다고 해도. 3분의 1의 진심도 닿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말 주변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잡념이 늘었다. 생각, 온통 생각들 뿐이다. 말이 되지 못하고 문장이 되지 못한 것들 그 어디에 의미가 있을까.
이유를 묻지 않는 점이 편해. 하지만 그런 점이 아쉬워. 아마도 이번에도 이유를 묻지 않겠지만은,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니겠지만. 몇 번인가 입 밖에 나오려던 말들을 주섬 주섬 삼키고는 비어버린 잔에 술을 채웠다. 술이라도 들어간다고 없던 말재주가 생기지는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네."
"헤에. 그렇구나."
술잔을 부딪쳤다. 챙 하는 소리가 가볍다. 술 몇 방울이 잔 밖으로 떨어졌다. 술은 차갑고 쓰고, 이상할 정도로 가볍게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술에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오늘이리라.
"...잘가."
"응."
"보고 싶겠네."
의례적인 말에, 흔들리는 마음. 비워진 술잔을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정말 보고 싶을 거야."
그 곳에 3분의 1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사이타마군."
하나도 취하지 않은 정신으로-다시 한 번.
"가지 말라고 말해주겠나."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니겠지만.
"가고 싶다는 마음 진짜 같은데, 네가 허튼 소리 하는 놈도 아니고, 왜 그런 부탁 하는 건데."
네가 미련이라서 그래.
너에게 미련을 가져서 그래.
너에게 내가 정리되지 못한 마음을 가져서 그래.
너를 보고 있으면 괴로워서 그래.
괴롭더라도 너를 보고 있으면 좋아서 그래.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너를-
너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니겠지만.
"아니야. 허언일세."
술이 쓰다.
"가지...마?"
술이 써서 그래.
"해달라는 말 했는데, 너, 왜 우는 거야."
그다지 중요한 말은 아니겠지만
"안 가겠네. 못 가겠네."
이런 말들이 닿지는 않겠지만, 의미가 되어 돌아오지는 않곘지만.
"미안하이, 미안하네. 좋아하는 것 같네."
말했다. 이젠 다시 같이 술을 마시지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