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사흘을 보지 못했다.
[부디, 용서하지 말기를]
-for 온디님
2016 02 28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사흘이라는 날을 헤아려 24라는 시간을 곱해가며 그를 보지 못한 기간을 늘리고 있다가 그 행위가 의미 없음을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힘이 빠지는 몸을 벽에 기대어 가방 속에서 담배를 꺼냈다. 어제 새로 샀지만 잔뜩 구겨진 담배 곽 안에는 고작 두 개비의 담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겨우 한 개비를 집고는 입에 물고 숨을 들이쉬며 몇 번인가 실패한 끝에 불을 붙인다. 타들어가는 빛과 함께 진한 커피향이 목구멍안으로 치닫으며 역겨운 향과 맛을 만들어냈다.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이 것들이 역겨울지언정 그럼에도 잘게 떨리는 손이 곧 진정되는 것을 느끼며 흡연에 대한 죄책감을 지워냈다.
때로는 권장하지 못하는 것 들만이 방법일 때도, 존재하는 법이다.
구태여 머릿 속에 떠오르는 추산 속에 존재하는 42시간은 마지막으로 떠올린 그 기점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 한 번도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이 차이이며, 아주 조금 부가적인 것을 더하자면 일상에서 네가, 사라졌을 뿐이다.
전화는 차단되어 있지는 않은 듯 세 네번 울리다 끊어지고는 했다. 메신저의 답이 오지 않는다. 고민 끝에 힘들게 찾아간 교실에서는 그가 독감으로 결석했다는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전 해까지는 꼬박 개근상을 받으려고 노력했으면서, 그랬으면서. 의아해 하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려야 했다.
익숙해지지 않은 연기에 눈가가 시큰거렸다. 담배 탓이었다. 다른 이유로 짐작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앞서 말했 듯 아주 사소한 부류의 것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사소한 것이니 피하지 말고 서술한다면 소년 권세모는 사흘 전, 친구에게 고백했다.
그 사건이 어째서 사소한 것이냐고 하냐면, 그 이전과 이후의 소년, 세모에게 일어난 변화가 몹시 적었기 때문이다.
세모는 줄곧이라고 부를만한 시간 만큼이나 그 친구-하나를 좋아했고, 말하지 않아도 하나 또한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고, 그저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쪽이 단지 보편적이지 않을까 해서, 말했을 뿐이니까. 차이가 적다면 사소한 것이 맞으니까-그 일이 그리 크지 않았다. 단지 세모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하나의 반응이었다.
하나는 화내지도, 울지도, 기뻐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눈을 크게 떴다가 창백해진 얼굴로 입가를 조금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주먹을 쥐었다. 한 대 때리려나 싶어 얼굴을 들어주었는데 하나는 단지 그대로 되돌아서서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게 다였다. 어쩌면 그 때 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쫓았어야 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담배연기 사이에 스친다. 지난 일이다.
하나는 그의 집, 그의 방 안에 있었다. 어떤 구체적인 까닭은 댈 수 없어도 세모는 그 것을 알았다. 담을 등지어 올려다 본 구름 무늬의 롤스크린이 내려가 있더라도 세모는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끝끝내, 매운 향에 눈물이 나왔다. 그럼에도 울지 않은 이유는 울어도 변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신발로 비벼 끄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확인하지 않는 메신저는 접어두고 오랜 기간 쓰지 않았던 문자 창에 느릿하게 단어를 써 넣었다.
사랑해, 사랑해, 그 단어를 썼다가 지우다가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쓰다가 그런 나를 용서하지 말라고 쓰다가 다시 백지, 또 다시 비워진 공간에 커서 만이 느리게 깜빡거린다.
하나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며 뒤 이어 준비해 온 말을 차마 뱉지 못했더랬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너를 친구로써 오래 보고 싶다고, 그럼에도 그 말들 중 오직 사랑해, 라는 세글자만이 진심이었으니까. 나머지의 말들에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진심은 오직 세글자였으니까.
세모의 손가락이 다시 잘게 떨렸다. 벌써 효력이 끝나다니 담배라는 건 참 덧없기도 하지, 비싼 주제에 쓸모도 없으니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 따위로 흐리게 웃고는 짧은 문장을 완성하고, 송신을 누른다. 느리게 빛이 가물어가는 화면을 이마에 대고 그 것이 검어지기 까지, 그 수초의 동안 눈을 감았다. 세상은 온통 검다.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하나야 사랑해, 미안-부디,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용서하지 말아줘]
거짓을 선택하는 쪽이 아마도 편했으리라. 각오를 했다고는 했지만 진심이 닿기를 선택한 것에 대한 공포가 삽시간에 밀려들었다. 어쩌면 영영, 너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그저, 네가 아프다면, 네가 괴로워 나를 피한다면 그 고통만큼은 네 마음에 남아서 그 만큼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해서. 그런 마음으로.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그런 진심으로-선택했던 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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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온디(@ondii756)님 연성달성표 보상으로 조각글:> 간만에 셈한인데 글이...참...안써지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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