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2016 04 11







 "브렌-"


 

 문안으로 들어서던 하트는 낯선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분명 이 시간이면 동료가 있어야 할 공간인데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브렌, 하고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 느껴져야 할 기척도, 자연스럽게 한 박자 뒤에 따라올 대답도 따라 붙지 않는다. 요 근래 바빠보이더니만 말없이 외출이라도 한 건가 싶어 돌아나서려는 찰나에 희미한 숨소리를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제일 구석진 자리의 검은 소파 위에서 발견한 브렌은 이불을 손으로 꼭 쥔 상태로 몸응 웅크린 채 잠들어있는 상태였다. 로이뮤드도 분명 수면은 필요하다지만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만 혼자서 수면을 취하는 브렌이었기에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잠든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분명히 목소리도 들렸을테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딱히 기척을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을 초월한 청력과 감각의 상한선을 생각해 볼 때 이례적인 일임에는 분명했다.


 혹시 몸에 어떤 이상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트는 소파의 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브렌을 내려다 보았다. 눈으로 상태를 살펴보지만 큰 이상이나 오류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겪는 질병 따위로 아플 일 또한 없을 터인데 인간이라고 가정하고 본다면 브렌의 눈 밑이 퀭하니 피곤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분명 착각이리라.


 하지만 분명 근래의 브렌은 좀 이상했다.


 여상하게 넘길 일에도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세상에 얼마되지 않는 소중한 친구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개체인 메딕을 향할 때면 유난히도 까칠한 태도로 대응하고, 특히나 저를 보는 눈빛에서도 꼭 서운함을 닮은 불안한 표정을 보이다가 휙하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런 태도를 보일 만한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지.


 손을 뻗었다. 손끝으로 만져본 머리카락의 까슬한 감촉은 부슬거리며 흩어져서 사람의 것이라기 보다는 긴 털의 동물을 만지는 것 같았다. 그 감촉이 썩 나쁘지 않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조그맣게 브렌-하고 이름을 부른다. 이 번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



 "하트님-"



 발랄한 걸음으로 들어오던 메딕의 표정이 하트와 마주치며 살짝 굳어졌다. 쉿-하트가 가만한 목소리로 검지손가락을 제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기를 권하고 있었다. 확실한 의도를 보이는 행동에 메딕이 한결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걸음을 옮기며 하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하트의 상태를 확인한 메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소파도 의자도 잔뜩이나 있는데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은 하트와 그런 하트의 무릎 위에서 완전히 잠들어 있는 동료의 얼굴에 눈매가 저절로 찌푸려진다. 1인용은 아니라지만 성인 남자 둘이 자리잡기에는 작은 소파에서 불편하게 몸을 구기고 있는 두 사람의 형태가 영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리 편해 보일 자세는 아닌데 턱을 괸 상태로 미소를 짓고있는 하트도, 그런 하트의 품에서 완전히 잠들어 늘어져 있는 브렌도 편해 보이니 이상한 일이다.



 "하트님, 브렌만 예뻐해주시면 이 메딕- 서운한데요."


 "핫, 난 모든 친구들을 전부 좋아하지만-특히 메딕 자네는 특별히 아끼니 걱정하지 말게."



 저절로 작아지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그나저나 정말 브렌은 잘잔다, 바로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움찔거리는 기척 하나 내지 않는 브렌을 보고 있자니 혹시 기절한 건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바빠보이긴 했지요.'



 요 근래에 약간 긁었더니 잔뜩 약이 올라서는 로이뮤드들을 만나러 다닌다, 새로운 진화를 연구하겠다-어쩌니 하며 수면시간도 없애고 밤을 지새며 타블렛을 만지작거리더니만 완전히 방전된 모양이지, 어쩐지 이 모양이 된 게 제 탓인 것도 같아서 메딕은 살짝 혀를 찼다. 그러게 멍청하고 별 능력도 주제에 왜 저를 긁느냔 말이다. 상대도 되지 못할 거면서.


 하트의 손가락이 브렌의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쓰다듬는다.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 같은 동작에 메딕은 하트의 어깨에 얼굴을 가까이 하며 뾰루퉁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칭얼거렸다.



 "차라리 브렌이 일어났을 때 그렇게 대해주시지 그러세요? 브렌 꽤 좋아할텐데요."


 "글쎄."



 하트가 비식 하고 웃었다. 어딘가 바스라지는 느낌의 웃음이었다.



 "왜 내가 브렌의 기분을 신경써야 하나, 브렌은 내 것인데."


 "와-엄청난 농담, 하트님이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니 로이뮤드들이 이상한 농담을 하는 거에요. 사랑이니 뭐니 해가면서-, 어휴."



 메딕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몇 마디의 사소한 말들, 이 정도까지 말하고 있어도 일어나지 않는데, 더이상 피곤해 보이는 브렌의 수면을 방해하는 건 메딕에게도 내키지는 않아서 대화도 잠깐이었다. 하트와 해야할 이야기라면 가벼운 농담 말고도 많았지만 꼭 지금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브렌 뿐만 아니라 하트 또한 모처럼 풀어져 휴식을 즐기는 듯 보이니 그대로 쉬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볍게 결론내린 메딕은 우아한 태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체이스를 한 번 더 점검하고 있겠어요, 저녁에는 새로운 진화체가 잠시 들린다고 하니 시간 비워주세요."


 "그럼, 메딕의 청이라면 얼마든지."



 춤추는 듯한 동작으로 메딕이 물러난다. 친애하는 동료의 아름다운 자태에 하트는 넌지시 웃으며 손을 드는 것으로 안녕을 고하고 다시 품 안의 브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농담이라."



 손가락 끝이 인간의 것을 배껴온 외향을 스친다. 윤곽선과 얼개, 이런 겉모습들 따위보다도 브렌의 존재 자체는 분명 제게 있어 다른 로이뮤드의 개체들보다 가치있는 것임에는 분명했다. 농담, 메딕은 그렇게 말했지만 농담이 인간의 대화에서 가볍게 주고 받는 윤활제 같은 것이었다면 제가 메딕에게 건넨 말은 분명히 농담이 아니었는데.



 "너는 내것인데 말이야, 브렌."



 고개를 숙여 머리칼에 입술을 맞춘다. 사랑은 아니다. 몇 로이뮤드가 그야말로 농담을 빙자하여 사랑이니 뭐니 하는 단어를 입에 담은 적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라면 하트가 모든 로이뮤드의 존재가치에 담고 있는 그런 단어였지, 브렌이라는 특정개체에 더하여 가진 마음 따위는 아니었다. 단지 다른 로이뮤드와는 달리, 브렌은 제게 속해있었다. 까닭이나 이유를 댈 필요도 없고 그 연유를 생각할 것도 아닌 단지 저절로 알고 있는 진실 같은 것.


 하트는 브렌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그의 귓바퀴를 쓸었다. 애정이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브렌이 뒤늦게야 몸을 뒤척인다, 곧 깨어나서는 놀랄 얼굴을 생각해보자니 저절로 지어지는 웃음을 삼킬 수가 없었다. 자고 있는 브렌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저를 소파에 끼워 넣고, 브렌을 눕힌 고생도 분명 곧 보답받게 될 것이다-. 참 사랑스러운 존재지. 그렇게 생각하며 하트는 계속 엷게 웃었다.


 하트는 제 생각이 얼마나 뒤틀렸고, 제가 평소와 얼마나 다른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본인 외의 아무도 그의 생각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틀렸다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하트는 제 손안의 존재가 제 것인 것 같았다.


 오늘의 오후는 그 착각이 유효하던 시간 속에 있었다. 따뜻하고, 나른하고, 농담처럼 흩어지는 오후에.



 -



 후반 편 보지 않은 상태에서 써서 캐릭터 해석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트님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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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재(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