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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앤로/논커플링] 럭키 아이템 : 노란색

현재(now) 2020. 1. 1. 14:04

럭키 아이템 : 노란색

-written by 현재

 

11위냐.”

바이크에 기대앉은 갈색 머리의 남자, 아마미야 마사키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휴대전화의 화면을 껐다. 화면에 있던 것은 오늘의 운세, 그렇다. 전혀~과학적으로 신빙성이 검증되지 않은 구문화의 유산 같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아침기분을 쥐락펴락하는 그 운세였다.

변명을 하자면 마사키는 원래 이런 미신을 믿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그의 소중한 남동생인 아마미야 히로토가 어쩐 일인지 며칠째 아침에 휴대전화의 화면을 들여다보는 탓에 치근덕거리다 그게 심지어 오늘의 운세라는 것을 확인하고, 실컷 놀려먹으며 자기 운세도 겸사겸사 확인하고 그러다-그래, 히로토보다 더 빠져버렸다. 게다가 이 운세가 정말 공평하지 않은 것 같은 게 무슨 경마도 아니고 별자리 별로 운세의 배분이 정말, 정말 변덕스럽다는 게 매달리게 되는 이유기도 했다. 별자리가 12개면 좀 공평하게 운을 배분해주면 좋을 텐데, 지난주부터 연이어 하향세를 겪던 운세는 어제는 마침내 최하위를 찍더니 오늘도 반등하지 못하고 결국 11위에 머물러 있었다.

히로토도 놀러 가버렸고…….”

의뢰 때문에 아침 일찍 같이 방문한 소드 지구였지만 히로토는 무명가에 잠깐 볼일이 있다면서 멋대로 사라져 버리고, 이렇게 멋진 바이크에 이렇게 멋진 재킷을 입고 아침운세나 확인하는 처지라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행운의 아이템은 노란색,노란색 싫어한다고! 폼도 안나고.”

노란색, 노란색-하고 중얼거리던 마사키의 갈색 눈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일순간, 또렷하게 커졌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시선의 끝에 익숙한 사람이 한 명, 소드 지구에서 조금이라도 싸움을 접한 사람이라면 알아보기 어렵지 않은 유명인사인 그는 스워드의 S, 그 산노의 리더이기도 했지만-

노란색이네.”

햇볕에 반짝거리는 연노랑 머리카락의 소유자, 코브라를 발견한 마사키가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럭키 아이템이라잖아? 행운을 준다는 데 건드려는 봐야겠지.

 

!”

말을 건네기도 전에 바이크의 소음으로 접근을 알아차리고 뒤를 확인한 코브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내 떠오른 것은 명백한 귀찮음, 사내놈 상대지만 기껏 밝게 말을 걸어주었는데 이 녀석은 연장자를 대하는 태도에 영 예의가 없다. 코브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다시 틀었다가 미간을 잔뜩 좁히고는 마사키를 돌아본다. 저러다 주름살 생기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쳐들어온거냐, 산노에?”

아냐아냐아냐-, 가능하면 소드 지구랑은 연결되고 싶지 않아, 정말로. 가능하면 평생, 특히 다 낡아빠진 산노에 무슨 볼 일이 있겠냐.”

다 낡아빠진.”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코브라가 주춤거렸다. 뭔가 변명하려다 포기하고는 방금보다 조금 거칠어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연다.

그럼 무슨 용건이지.”

용건? 아 용건-”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오늘의 운세에서 노랑색이 럭키하다는데 네 머리색이 노랑이어서 말을 걸어봤어,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마사키는 대신 방긋 웃었다. 스스로 임기응변이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상대는 진중한 척 해봤자 어린애고.

삥 좀 뜯으려고.”

던져진 말에 코브라의 얼굴이 구겨져 바로 휙, 고개가 돌아간다.

기다려, 사람 말 좀 들어봐.”

코브라가 정말 어린애는 맞는 게 명백한 헛소리임에도 또 대화상대를 해주는 게 꼭 동생처럼 귀여워서, 마사키는 쉽게 헛소리를 이을 수 있었다.

일전에 너희 산노 일에 휘말려서 말이야, 이 바이크, 견인 되었었거든.”

그래서?”

산노를 총괄하는 너잖아, 책임을 져줬으면 해, 이제 산노도 안정화 되었다고 들었는데 리더님이 견인비 정도는 내줘.”

말도 되지 못한 소리라는 건 그 말을 하는 마사키도, 듣고 있는 코브라도 알고 있었다. 다만 코브라가 쉽사리 욕을 하거나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견인비 어쩌고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마사키 그에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뜬금없이 마주쳐서는 아침부터 돈을 내어주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마사키 말처럼 삥을 뜯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스스로의 말이 신빙성이 없단 건 아마미야, 너도 알겠지.”

, 아는데.”

상대가 이렇게 나와 버리니 설득이고 나발이고도 할 기력이 나질 않는다. 코브라는 입술을 일그러트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짧은 생각 끝에 내뱉어진 말은 생각하던 시간 보다는 길었다.

아마미야, 할 일 없으면 따라와라.”

? 어디로?”

왜 갑자기? 이번에는 마사키 쪽이 당황한 사이에, 코브라는 씁쓸하게 웃으며 반쯤은 체념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말로 견인비를 내줄 수는 없지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아직 식사 전이라면 이토칸에 가는 길이니 아침식사 정도는 사주지.”

, 진짜?”

코브라가 정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키는 바이크를 주차시키며 생각했다. 아침 값도 굳히고-시간도 적당히 보내게 되고, 정말 노란색이 럭키 아이템이 맞았구나, 하며-그리고, 코브라를 실컷 놀리며 남이 해줘서 더 맛있는 아침식사를 끝낸 마사키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라진 바이크와 견인을 알리는 스티커였다.

소드 지구 진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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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야 형제 트리플 소설 합동지 Request BOOK

~그 비를 견디는 방법~ 수록


2018. 5. 6. 시즌 2 시점으로 지나가던 코브라한테 견인된 바이크 값 삥 뜯는 마사키...by. 슭곰 의 리퀘스트로 작성된 글입니다. 기간이 지나 배포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