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조금 추운가 싶더니 전날 쥬시마츠형이 깨버린 창문에서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어차피 코타츠 안에 있으니 상관은 없을까. 귤을 까먹고 있자니 옆방이 어수선했다. 거의 다 밖에 나간 걸로 알고 있었는데 한마리 남아 있었나. 가능하다면 성가신 놈이 아니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할 때 쯤 문이 열렸다. 오늘도 굉장-한- 패션.
"우아..."
소름끼친다고 생각하며, 토도마츠는 탄성을 숨기지 못했다. 어떻게 해가 넘어가도 저렇게 변함없이 촌스러울 수 있는가. 가능하면 아예 모른 척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저런 걸 보고 모른 척 할 수 있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려나. 스루 불가능이라고. 절대로 못지나친다고.
"요-브라더, 오늘은 특히나 젠틀한 내 모습에 넋이라도 나간거야?"
"넋이던 개념이건 소멸된 쪽은 카라마츠형일걸?."
[매직 아이템?]
2016 01 01
"욧시-! 완벽해-!"
사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유전자가 같으니 사이즈도 거의 같다. 토도마츠는 뿌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제손으로 만들어낸 그래도 괜찮은 모습을 보니 어가 으쓱 거린다. 사실상 코디라고는 해도 아끼는 옷을 빌려줄 생각은 없고, 카라마츠가 입은 것이라고 해야 일반적인 검은 블레이저에 도트무늬 티셔츠, 청바지 차림이다. 그래도 조금 수수한 감이 있어서 주말에 하려고 하던 향수를 뿌려둔 머플러까지 둘러주니 그래도 얼추 길을 같이 걸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준 까지는 만들어진 것 같다.
"수수해-. 초 초라. 전혀 빛나지 않고 있어 미..."
카라마츠는 침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평소보다 기어가 3단 정도는 떨어진 것같다. 백명에게 비포와 애프터 사진을 보여준다면, 아흔 다섯명-(쌍둥이 중에서 자신을 빼고)에게 지금 모습이 당연히 낫다고 말해줄텐데 이 놈의 집구석은 미쳐서 돌아가고 있다. 제대로된 패션감각을 보유한 건 어째서 나 한 명인건가. 둘 정도만 있어도 어쩌면 조금은 덜 답답할텐데. 금방 모양을 잡아 두었던 머플러가 엉망으로 풀어지며 아저씨나 할법한 모양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며 토도마츠는 머플러의 매듭을 다시 잡아 묶어주고는, 축 늘어진 카라마츠의 양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들어올리며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어깨를 팡팡, 쳐주고 한 걸음 물러선다. 어딘가 주눅이 든 것 같은 카라마츠는 분명히 제 취향대로 입혀주었는데도 시무룩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좋을까 이 새끼를.
"톳티."
하고 바라보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어딘지 멍해지는 기분에 씩 웃고는 비장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안경? 나 눈 안나쁜데."
"나도 안나빠, 닥쳐봐 형."
안경까지 씌우고 보니, 평소의 카라마츠라고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어색한 지 볼을 긁적이고 있어서 박수를 쳐주며 응응, 멋있어, 멋있어. 반복하자 그 사이에 다시 등이 조금 펴진다. 정말이지-단순하다니까.
"이거, 마법의 안경이야."
"마법?"
"챠리링-하는 스페셜 아이템이라는 느낌? 여자들, 많이 좋아한달까, 매력 200퍼센트 상승-같은 거지."
"오우-!"
"그러니까, 소개팅, 잘하고와."
나이도 먹을만큼은 먹어가지고, 마법이니 뭐니하는 거짓말에도 금새 평소처럼, 멍청한 얼굴로, 이 몸의 승리, 기대하라고? 따위의 말을 지껄이면서 건들거리며 걸어나간다. 그 모습은 정말 언제나처럼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
"음-소개팅, 정말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
귀엽게도 보여서.
상념을 털어내며, 토도마츠는 다시 코타츠 안으로 들어갔다.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어째서인가 잠은 오지 않는다. 소개팅에 나간 카라마츠에게서는 자신의 향수냄새가 날 것이다- 아니면, 어쩌면 여자의 향수가 너무 강해서 이미 제 향 따위는 지워젔을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안경, 빌려주지 말 걸 그랬나."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잠은 계속 오지 않았지만 그 후로도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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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상은 아직 4화까지 못봐서. 캐붕 있다고 해도 부디 용서를. 쟝아(@jyjyaa_)님 리퀘스트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