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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것은, 목요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아우여."
"왜."
"나-포켓몬 트레이너가 되어볼까하네."
"응 힘내..."
"힘내겠네!!"
"...잠깐만, 잠깐만-형? 형아야?"
[475번째 장래희망]
2016 01 10
팔짱을 끼고 고압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토도마츠의 앞, 카라마츠는 잠자코 무릎을 꿇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별 것 아닌 일로 화를 내는 것 즘이야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카라마츠는 일단 오늘만은 대단히 억울했다. 형이 새로운 장래희망을 포부도 당당하게 말했다면 모쪼록 응원해주는 쪽이야 말로 동생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닌지? 하지만 입 밖으로 변명을 다시 입에 담지는 않았다. 이 타이밍에 말해봐야 40분 동안 이어진 동생의 잔소리에 기름을 붓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에 발을 붙이라는 지, 쵸로형에 이어 형까지 그러면 자신으로서는 정말 곤란하다던지-한참을 쏟아지는 말을 듣고 있다가.
"풋."
문득 웃음을 뱉고 말았다.
"웃어~? 나는 형 걱정해서..."
"아냐. 아냐. 그냥 너와 이렇게 오래 이야기한 게 오랜만인 것 같아서."
토도마츠는 쯧. 하고 혀를 차고는 팔짱을 풀었다. 귀여우니까 봐준다. 언뜻 그런 목소리가 카라마츠에게 들린 것도 같았지만 너무 작은 소리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토도마츠는 턱을 괴고는-한 손에 쥐고 있던 패션 잡지를 동그랗게 말아 탁자를 두 어번-치며 잠깐 어딘가 멍한 표정을 짓고, 곧 다시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유는?"
"이유라니?"
"포켓몬-뭐였지. 아무튼 그거 되고 싶은 이유 있을 거 아냐."
카라마츠는 살짝 당황했다. 반 정도는 농담, 반 정도는 진담이었다만은 반이상 농담으로 꺼낸 이야기에 명백한 이유같은 게 존재할 리가 없었다.
"에...운명에 데스티니!"
"딱히 없구만. 인터넷이거나."
카라마츠는 침묵했다. 방이 더운지 자꾸 땀이 나온다. 땀이 차가운 건 이상하지만 분명 방이 더운 탓이다.
"뭐하는 직업인데, 그거."
카라마츠는 침착하게 단어를 선택하기로 했다. 형제들 중에 맞춤법을 가장 신경쓰는 건 의외로 쵸로마츠였지만 말다툼 이나 말씨름을 해서는 토도마츠를 온전하게 이겨본 일이 극히 드물었다. 물론 쥬시마츠를 제외한 모두에 대한 카라마츠의 승률은 꽤...아니 현저히 낮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아무튼 형으로서의 무언가, 그, 자존심이랄까. 지고 싶지는 않았다.
"트레이너니까 포켓몬 부터 잡아야겠지. 일단-잡고 싶은 포켓몬을 찾아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서."
"hp가 조금 남을 때까지 공격하고."
"위태로울 때까지...괴롭히고?"
그, 한 마디 끝날 때마다 덧붙이는 거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카라마츠는 어쩐지 얼굴이 뜨뜻해졌다. 길게 이야기할 수 도 있겠지만은 최대한 짧게 말을 끝내는 쪽이 손해가 적으리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살아남아라! 카라마츠! 어딘가 몇 초에 한번씩 죽어나가는 방석 모양의 물고기게임의 캐치프레이즈가 머리 뒤를 싸늘하게 스쳐 간다. 띤, 띠띤, 띠딘띤- 몇 년 전엔가 형제들이 즐겼던 그 게임의 죽는 이벤트음이 몇 번인가 반복된다.
"...몬스터볼을 사용하는 거지."
"도구까지 써?"
"톳티...단어선택이..."
"뭐가? 와 얼굴 빨개져서는, 도구라는 단어에 얼굴 붉힐 정도로 굶주린거야? 이따이-하네. 형아."
아이고, 카라마츠는 입가를 가리고는 고개를 숙이며-빠른 목소리로 설명을 이었다.
"아니...아냐. 아무튼 그렇게 한 번 잡으면 계속 데리고 다닐 수 있고, 필요할 때는 꺼내서 명령을 내린다던가 음식을 준다던가하는 거지. 애완동물 겸 동물 겸 친구랄까-"
토도마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카라마츠는 슬슬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 심정이 될 것 같았다. 분명히 꿈과 우정과 메르헨이 있는, 만화 속의 멋진 직업에 대해 말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토도마츠는 사흘 정도 삭힌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가.
"일단-현실에 포켓몬 같은 거 없고. 두번째로."
토도마츠가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동작에 얼굴을 가까이 하자, 살짝 입술을 비틀어 웃는 양을 만들어보인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 곁, 귓가에 얕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초-변태."
"으윽."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 토도마츠는 돌돌 말아 쥐고 있던 얇은 패션잡지를 다시 펼치려고 몇 번인가 노력하다가 되지 않자 좌탁 위에 던지며, 노래하는 듯 높낮이 있는 어조로 빠르게 몰아 붙여왔다.
"자기 멋대로 잡아서 이것저것 막무가내로 시키고 싶다니, 애도 그런 편협한 생각 안하겠다."
카라마츠는 동생의 그 몇 번의 연속공격에 방바닥에 널부러지듯 쓰러졌다. 명명백백한 패배, 이로써 475번째 장래희망은 그렇게 격퇴되었다...그런 듯 보였다. 토도마츠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일어서 카라마츠에게 다가왔다. 둥그렇고 작게 말린 등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긴긴 한숨을 쉬고는 다시 입술을 열었다.
"피카."
"...?"
"...피카라고. 병신형아야."
카라마츠는 제 볼을 꼬집을까 했다.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모습이 어떤 경로로 생성되었으며 어떤 경로로 출력되었는지 따위는 알 바 아니지만, 실로 맑고 짧은 음성을 조그만 목소리로 뱉어내고는 발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토도마츠는, 막내동생의 표정과 단어의 조합은, 지나치게-리얼월드에 존재한다고 믿기에는 심장에 해로울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위력적이었다.
"뭐 아무튼 남한테 명령 같은 거 하고 싶고-여러모로 쌓인 것 같으니까 몇 시간 정도는 이렇게 놀아줄 수도 있어. 형-형?"
그렇게, 방심한 상태에서 살상공격을 받은 카라마츠는.
"형아야?"
드러누운 상태에서 기절했다.
"와 이 병신..."
토도마츠를 그렇게 혼자 내버려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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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아(@jyjyaa_)님 선물 왔어요.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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