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LOG/inSANe 2019. 9. 29. 06:46


피어나는 것 2019/9/19

김민희(PC1) 이새해(PC2)


PL: 도한(PC1), ㅅㅎ(PC2) GM: 현재


시나리오 : <피어나는 것> / w.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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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재(now)
TRPG-LOG/inSANe 2019. 9. 29. 06:37



구룡열

2019/9/29
셀비아 뱅크스(PC1) 사비니 피오나(PC2) 미야모토 루카(PC3) 클라우드 첸(PC4)


PL: 리본토끼(PC1) / EG(PC2) / 치즈젤리(PC3) / 슭곰(PC4) GM: 현재


시나리오 : <구룡열> / w.우오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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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재(now)
카테고리 없음2019. 9. 10. 02:09

 

 

 

 

내 동생이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2019113Hero’s INN 2

가면라이더 가이무 쿠레시마 형제 배포본

NOT FOR SALE / written by.현재(@10932_now)

가이무 본편 및 완결 내용을 포함합니다. 주의해주세요.

 

 

 

카즈라바 아키라는 쿠레시마 타카토라에게 답했다.

당신은 너무 혼자 고민하는 경향이 있어요.”

입가에 묻은 크림을 냅킨으로 정리하고, 침착하게 말을 잇는 아키라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다정했다. 그 상냥하고 온화한 어조의 이어짐과 따뜻한 시선 어디에도 타카토라에 대한 계도의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 약간의 타박은 어쩔 수 없으리라. 타카토라 본인이 생각해도 저는 형제의 양육에 결함이 너무 많은 양육자였으니.

조금 더 동생분과 대화하는 게 어떨까요, 그게 어렵다면 동생분과 같이 보내는 시간만이라도 늘리면 좋을 것 같아요. 가까운 거리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

타카토라는 그 권유가 매우 현명하다고 느꼈다. 시중에서 가족 관계 개선에 대한 책을 구한다면 흔하게 나올 내용이지만 책의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키라에 대한 신뢰도는 카즈라바 코우타라는 인류의 역사상에서도-기록되지는 못했지만-가치적으로 훌륭한 인물을 양육해냈다는 배경이 기반이긴 했다. 짧은 상담과 가벼운 이야기를 마치고 만류하는 아키라의 케이크 값을 계산할 때 즘에는 타카토라도 동생과 더 많은 일상을 보내야지, 하다못해 식사라도 자주 해야지, 하고 의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었다.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은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미츠자네와 시간을 보낸 날들을 별도로 체크하기 위해 자그마한 탁상용 달력도 장만했다.

그리고 3달이 지났다-.

이게 아닌데, 타카토라는 깨끗하기까지 한 탁상용 달력을 넘기다가 마른 손으로 입매를 매만졌다. 세 번째로 세어보지만, 볼펜으로 표기된 [수행] 이라는 글자는 열 번에서 넘어가질 않는다. 3, 90일 남짓한 칸을 전부 헤아려 총 열 번, 확률로 따지자면 약 1, 외국 출장이 잦았다는 기반을 고려한다고 해도, 적어도 아키라가 권유하고 제가 막연히 생각한 것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행이다. 이래서야 모처럼 조언을 건네준 아키라에게도 면목이 서질 않는다.

왜 이제야 문제점을 깨닫게 된 걸까?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지만 이대로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수행 자체를 포기해 버리기는 너무 쉽고 안이하다. 한동안 달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한 타카토라는 노트북의 창을 바꿔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급하게 찾아 예약했다. 급작스럽게 일정을 바꾸다 보니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케줄에서 며칠을 비워내는 것은 막연히 생각보다는 쉬웠고 짐을 챙기는 것 또한 능숙했다. 비행기의 도착시간은 일본 현지 시간으로 익일 오전 네시, 타카토라는 여행용 가방 하나와 소중하게 안은 달력과 함께 사랑하는 동생이 있는 집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다음 날, 밤을 넘겨 도착한 쿠레시마가의 저택은 주인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단단하고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상주하는 고용인이 꾸벅 졸다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 주인과 얼굴을 마주치고는 급하게 인사하는 사소한 일들은 있었어도 6시 반 정도에는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급하게 잡은 게 하필 일반석이어서 작디작은 좌석에 구겨지듯 타고 온 것이 화근인지 온수 샤워로도 몸살 같은 근육통이 가시질 않는다. 옆 좌석에서 어떤 남자가 간헐적으로 술주정을 하던 탓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 몸은 휴식을 달라며 찌르르한 알람을 울려댔다.

하지만 동생과의 만남을 저녁으로 미루고 싶진 않다. 지친 몸으로 행동하는 것은 익숙하기에 억지로 움직여 향한 곳은 주방이었다.

카즈라바 아키라는 말했다. 식사는 정말 중요하다고, 그 말에는 타카토라도 공감하고 있다. 일전에는 록시드를 통해 에너지를 보급하며 생에서 생활에서 생략했던 적도 있으나 에너지의 보급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움직이는 힘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하는 활동이 록시드 만큼 효율적이지 않기에 더 그랬다.

한동안 매진하던 후로 쓰지 않던 앞치마를 꺼내 허리에 두르고 냉장고를 확인했다. 신선한 재료들이 채워져 있는 것에서 만족하며 몇 가지를 꺼낸다. 일식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선택한 것은 가벼운 양식이었다. 육수를 이용해서 버섯으로 수프를 끓이고 햄을 올려 샐러드를 만들고, 달걀을 풀어 오믈렛을 만드는 손길은 프로만큼 능숙하진 않아도 조리도구를 다뤄본 자의 행동이었다.

미츠자네를 위해 요리하는 게 얼마 만인지.’

동생이 즐겨 먹던 드레싱을 꺼내 덜고 있을 때, 식사를 준비하려던 고용인이 들어왔다가 타카토라의 행동을 보고 이해한 듯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2인분의 식사를 전부 준비했을 때-기다리던 사람이 식당으로 내려왔다.

좋은 아침이구나, 미츠자네.”

?”

미츠자네가 당황한 듯 멈춰 섰다. 단추가 다 채워지지 않은 헐렁한 셔츠와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평소의 아침 식사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이다. 혼나리라 생각했는지 다급하게 셔츠 단추를 채우는 모습에선 조금의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복장에 대한 충고를 일상처럼 했으니 미츠자네가 주눅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집안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지낸다고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제 삶이 빠듯한 게 기꺼워, 미츠자네의 삶 또한 빠듯하게 조이는 것이 이로운 줄로만 알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겠구나.”

아냐, 오랜만이네 형, 좋은 아침.”

오랜만이라는 말에 속이 약간 쓰라려 왔다. 이런 말을 듣지 않게 해야지. 그래도 바로 향해서 다행이다. 오랜만이라도 같이 아침을 맞게 된 것이 기쁘다고 생각하며 동생의 컵에 주스를 따랐다.

회사 일로 온 거야?”

네 일로 왔다고 말하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단어를 바꿨다.

아니, 집에도 소홀했던 것 같아서 말이다. 휴식을 겸해 며칠 휴가를 냈단다.”

미츠자네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영 이해하는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구나, 하고 나지막히 대답하기에 이해해주었다고 믿고 싶었다. 동생이 설마 저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워커홀릭 내지는 회사를 가족보다 앞세우는 냉혈한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아닐 것이다. 목이 조여드는 느낌에 주스로 목을 축였다.

식사는 조용하게 이어졌다.

직접 요리까지 하다니 별일이네. 손 놓았던 거 아니었어?”

오래간만에 둘이 하는 식사니까 내 손으로 준비하고 싶어져서 말이다. 입에는 맞니?”

응 맛있네. 실력이 죽진 않았나 봐.”

맛있다고 말해주는 것을 들으니 요리로 가속된 근육통마저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키라의 말대로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같이 식사를 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식탁이란 건 이다지도 상냥한 일이구나.

앞으로 조금 더 횟수를 늘려야지, 이번에야말로 꼭-하고 스케줄 상 이룰 수 없는 다짐을 새기던 타카토라가 샐러드를 우물우물 먹고 있는 미츠자네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즘이었다. 타카토라는 동생에게서 뭔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급하게 채우다 놓친 것인지 끝까지 채우지 않은 셔츠의 목깃 언저리로, 동그랗고 불그스름한 흔적이 보였다. 모기에 물렸다고 보기엔 크기도 크고, 아직 2월인 시점이 걸린다. 설마 하다가 침착하게 시선을 내렸다. 반대편의 목깃 안쪽과 헐렁한 셔츠 소매 안쪽으로도 비슷한 자국이 있는 걸 확인했다. 설마. 이건.

?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타카토라는 시선을 돌려 생각을 이었다. 저 자국을 제가 오해할 리가 없다. 개수도 하나가 아니고 위치도 색도 딱 그것이었다. 빠르게 산출된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동생은-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상정해두었어야 했습니까. 아키라씨.’

타카토라가 자리에도 없는 아키라를 애타게 찾으며, 미츠자네가 혹시 오해할까 시선을 관리하는 사이에, 모처럼 열심히 준비한 식사는 어떤 맛인지 기억도 남기지 못한 상태로 흘러가 버렸다.

학교 다녀올게.”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형도 휴가 잘 보내고 있어.”

미츠자네를 배웅하자마자 한 일은 고용인의 소집이었다.

냉장고의 관리도 저택의 상태도 만족하던 참이었지만 정작 소중한 동생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성숙한 사회인의 태도로 참아내고는 혹시 미츠자네에게 특이한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귀가가 약간 늦어졌다던가 수상하지만 평범한 보고들 속에서 유독 걸리는 것은, 청소와 세탁을 담당하는 고용인이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말하도록.”

하지만 주인님께서.”

내가?”

미츠자네 도련님의 사생활에 대한 것은 보고하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사생활-상세한 내용에 대해서 되물으려다 이미 그가 한 말이 나름의 대답이란 것을 알고 멈췄다. 내렸던 명령을 자주 번복하는 것은 좋은 경영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런가. 일단은 알겠다. 집이 아주 잘 관리되어 있더군. 이번 달 급료에는 조금 더 가산하지.”

고용인들을 해산시키며 타카토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번의 자발적인 휴가의 내용이 텅 빈 일정표만큼 평탄하지는 않을 것을.

일하면서 자주 접촉하던 정보업체와 일정을 잡고, 피로도를 줄이고자 그립던 침대에 누웠다. 잠을 처음 청한 것은 억지였지만 삐걱거리던 몸은 이내 수면에 빠져들었다. 꿈에서는 화려한 금장 의자에 앉은 미츠자네의 양쪽에 불건전한 의상을 입은, 미츠자네에게 비하면 다방면으로 지나치게 성숙한 여성 두 명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접촉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왔다. 여성들과 어울리는 미츠자네는 어색함 하나 없이 그 행동들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편견으로 가득찬 꿈이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일어났을 땐 오후 2, 타카토라는 정돈되지 않는 숨을 고르며 이불을 세게 쥐었다.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을 아는데도 마음이 이토록 자꾸만 초조하게 몰아붙여 지는 것은, 제가 아는 한 미츠자네가 이성교제를 한 일이 없으며, 미숙한 대인관계에서 미츠자네나 타카토라 같이, 사회적으로 우수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금전이나 위치적인 이득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입받아왔기 때문이다.

꿈의 모습이 선연했다. 순진한 미츠자네를 노리고 접근한 연상의 여성이 미츠자네의 몸과 마음을 착취하는 그런 일이-있어서는 안 된다. 아키라는 동생의 사생활을 적당히 모르는 척 하고 성장을 지켜봐주는 것도 신뢰라는 방식이라고 말했지만 이 중요한 사태에서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접촉한 정보업체에 간단하게 의뢰했다. 의뢰 내용은 단순했다. 미츠자네의 일상에서 교제하고 있는 상대를 확인해달라고, 자주 거래하던 업체인지라 되묻지는 않았으나, 이상하게도 만남을 끝날 때쯤에 그가 당신도 사람이긴 했군요. 하고 희미하게 덧붙인 말은 잔상을 남겼다.

의뢰 뒤의 저녁은 외식이었다. 애피타이저를 가볍게 마치고 메인으로 나온 연어를 썰다가 큰 티가 나지 않게 미츠자네에게 연애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미츠자네는 연어를 썰던 나이프를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뭔가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휴가라더니 이 쪽이었구나,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정략결혼 같은 게 필요하다면 만나 볼게. 생각보다 이르네.”

도대체 저 작은 머리통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타카토라는 침음을 삼켰다. 미츠자네에게 자신은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해졌다가, 차마 모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일단 사소한 오해부터 붙잡았다.

정략결혼이라니 무슨 소리냐.”

? 아니었어?”

농담이 아니었던지, 미츠자네는 제가 오히려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럼 왜? 하고 동그랗게 떠지는 눈에 흐리게 상처 입으며 타카토라는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가문에서 진행한다고 해도 필요하다면 내가 해야 할 의무지, 너에겐 그런 악습을 물릴 생각이 없다.”

아니, 악습이라고 생각한다면 형도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 정략결혼이 아니면 갑자기 무슨 연애 이야기야? 원래 그쪽 관심 별로 없는 거 아니었어?”

그게…….”

네가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의심하고 있어서 그래. 라고 타카토라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화이트 와인을 답지 않게 빠르게 마시고는 평소의 자신이 어떤 말투를 썼는지를 되짚어가며 침착하게 말을 골랐다.

아무래도 대학생이니 말이다. 너도 슬슬 좋은 사람과 만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혹시 내가 억지로 말리거나 하는 일을 생각한 적이 있다면 자유롭게 연애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너보다 연상이거나 술이나 약을 권하는 사람이 접근한다면 위험한 일이니 피하라는 말은 간신히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말까지 해버리면 미츠자네에게 있는지 없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는 관용적이고 어른스러운 형의 인상이 손상될 우려가 있었다.

미츠자네가 해괴한 말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풋, 하고 웃었다. 허탈함이 담겼지만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나는 학교 다니면서 회사 돕기도 바쁜 걸. 당분간 연애할 생각 없어.”

그렇게 말하는 미츠자네의 얼굴은 진실을 말하는 것 같이 보였다. 정말 제가 가진 것들이 전부 착각이고, 망상인 걸까? 타카토라는 동생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생각을 접고 나니 와인도 연어도 훨씬 맛있게 느껴져서,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가며 미츠자네의 대학 생활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멋진 저녁 식사였다.

 

이틀 뒤, 정보업체와 다시 만난 카페에서 타카토라는 미츠자네가 그 식사에서 한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다. 미츠자네는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커피를 제치고 서류를 확인하던 타카토라는 차마 말을 내뱉지 못하고 서류만을 눈으로 확인하던 상태로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다년간 전문가다운 행동을 보이던 정보업체의 직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태도에서, 지금 제 표정이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지만, 도무지 충격이 수습되지를 않았다.

이게 전부…….”

.”

제가 고른 업체답게 빠른 일 처리였다. 일을 맡기고 48시간 만에 돌아온 파일 안에는 수십 장의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이 수북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열 세 명, 그리고, 전부- 남성. 불건전한 이성교제가 아니었다. 불건전한 동성교제였다. 게다가 금액이 지불된 불법의.

차마 아키라에게도 말하지 못할 이 정보들은 타카토라의 영혼이 정보의 입력을 거절하는 중에도 차곡차곡 입력되었다.

“3달 전부터로 추정됩니다. 가볍게 데이트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의뢰부터 최근에는 육체관계도 의뢰한 것으로 보이며 일반인부터 연예인 지망생까지 다양하게. 시간을 조금 더 주시면 명확해지겠지만 추정 횟수도 기재해 놓았습니다.”

왜 하필 3달 전일까. 타카토라는 제 침실의 침대 곁에 이제야 수행이라는 표기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 탁상용 달력을 떠올렸다. 채워지지 못한 칸들 속에서 미츠자네는 제가 알던 것과 또 다른 방향으로 휘어지고 있었나 보다.

조기에 알아내고 되잡아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과 어쩌면 제가 동생의 성적인 기호마저도 휘어짐이나 어떠한 왜곡으로 치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혹으로 머릿속이 혼란하게 엉겨들었다.

정리한 순서는 만난 횟수대로, 사진은 최대한 첨부했습니다만 기간이 짧아 영상 추출이 많기에 아직 화질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타카토라는 부연 눈으로 직원이 집어낸 사진을 보았다. 정말 보고 싶지 않다. 한편으로는 미츠자네는 자신의 사생활을 타인에게 의뢰해서 정보를 얻어낸 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의 착잡함으로 멍하니 사진을 집었다. 사진 속의 남자는 웃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평범하게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인상의, 조금 잘생긴 편인 젊은 남자는 웃을 때는 이를 드러내고 선명하게-

……?”

타카토라는 사진을 다시 살폈다.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설마 하는 의혹은 사진을 넘기면서 깊어졌다. 휘어지는 눈의 각도와 웃는 방식이 익숙하다는 것에서 불쾌한 감정이 쌓인다. 서류에 기재된 즐겨 입는 옷의 스타일, 직업, 타인의 평판에 대한 간략한 서술들, 뒷사람도, 그 뒷사람도-이 익숙한 타인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분명히.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주임님?”

문제가 있었다. 타카토라에겐 분명한 문제였다. 직원의 당황을 뒤로 하고 카페의 테이블 위에 서류와 사진을 모두 펼쳤다. 사진 속의 남자들은 모두-

카즈라바 코우타를 닮아 있었다.

.”

불건전한 교제를 운운할 게 아니었다. 이건 명백하게-미츠자네에게 이롭지 못한 행동이며, 이 일에 한해서, 아키라처럼 동생을 기다려주는 길을 선택할 수 없었다. 바로잡아야 했다.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좋았다. 그 대상이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노력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틀렸다. 동생은 지금 사라진 사람의 그림자를 타인에게서 찾고 있던 것이다. 금전을 지급하고, 관계를 사며. 그렇게.

 

, 금방 그만둘 예정이었어.”

미츠자네는 여상하게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형도 마실래? 하는 말에 거절하자 가볍게 웃은 미츠자네는 식탁의 의자를 끌어 앉았다.

형도 닮았다고 느낄 정도라니 내가 어지간히 사람을 잘 뽑긴 했나 보네, 아니면 형이랑 내가 보는 눈이 비슷한 걸까.”

변명하지도, 자신을 조사한 타카토라에 대한 원망도 없이 이어지는 말투는 이 식탁에서 일상을 이야기하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 다르지 않음에 속이 쓰려서, 타카토라는 상처받지 않을만한 말을 고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미츠자네, 내가 널 너무 혼자 오래 두어서그런 선택을 한 거니?”

뱉고 나니 느낀 것은 미츠자네가 상처받지 않을 말이었는지, 제가 상처받지 않을 말이었는지 제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둘 모두인지도 모른다.

형이?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내가 고른 일이야, 내가 하고 싶었던 착오, 형한테 설령 잘못된 일이라고 혼나더라도 시험해보고 싶었던 방법이니까, 그렇게 형 탓으로 생각하지 말아줘.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기분 나쁘기도 하고.”

타카토라는 물었다.

내가 널 혼냈으면 좋겠니?”

미츠자네는 대답했다.

, 잘 모르겠어. 나도, 어쩌면 내가 하고 있던 것 자체가-”

벌인 것 같기도 했거든. 하고 이어진 말은 흐릿하게 들렸다. .

이후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지만 계속 엇나갔다. 어째서, 이렇게 어긋나는 대화만 하고 있을까. 아키라의 말대로 예전부터 조금 더 대화하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나눴다면 이렇게 먼 대화가 아니라 어쩌면 다른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타카토라는 말을 멈췄다. 코우타, 후회, 어떤 문장들을 시작하려고 해도 머무는 말들이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타카토라는 나오려던 단어들을 전부 삼켰다. 그리고 결국 고른 말이라고 해야.

저녁은 일식으로 할까 하는데 어떠니, 미츠자네.”

맥락없는 말에 미츠자네는 웃었다.

좋아. 나는 편식 잘 안 하잖아.”

되짚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겠지.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부분은 단절된 카즈라바 코우타와는 달리 쿠레시마, 같은 성으로 엮여 있는 둘에게는 아직 무수한 시간과 식사와 대화의 기회가 남아 있단 것이었다.

타카토라는 그 부분에 감사하기로 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조금 더 깊은 대화와 이해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어야 했다. 그것을 시도하려는 제 의지가 조금 더 강하기만 하면 분명 어떤 시간쯤에는. 미츠자네의 불건전한 원나잇 사건에 대해서도 웃으면서 농담처럼 진담을 건네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타카토라는 동생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직 휴가는 며칠 남아 있었다.

 

Posted by 현재(now)